2019. 12. 1. 22:03ㆍ여행/남미
푸노에서의 여행을 끝내고, 일행들과 헤어지고 코파카바나로 넘어오게 되었다. 사실 코파카바나는 예정에도 없었던 곳이고, 그냥 거쳐지나가려고 했었던 곳이다.
하지만 우유니에서 별을 보기 위해서 일정을 조금 늦출 필요가 있었고, 그 때문에 추가된 곳일 뿐이었다.
그래서 이름은 익히 들어왔지만, 계획은 전혀 없던 곳 중 하나였다.
코파카바나라는 이름은 쿠바의 호텔에서도 볼 수 있었고, 브라질 코파카바나 해변도 나오는 등, 남미에서는 이곳저곳에서 들을 수 있는 이름이었다.
그렇게 별로 의미를 두지 않았던 곳이지만, 남미 여행을 하면서 손에 꼽을 만큼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푸노를 여행하면서 티티카카 호수에 대해 많은 실망을 했었던 나였고, 그래서 사실 별로 기대가 없었던 탓도 있을 테지만, 확실히 푸노보다는 티티카카 호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은 코파카바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의도치 않게 2박 3일 간을 코파카바나에서 묵게 되었다.
코파카바나는 사실 페루와 볼리비아의 국경에서 조금만 버스를 타고 들어오면 있는 조그마한 도시다.
페루의 도시인 푸노에서, 볼리비아의 코파카바나로 가는 버스는 매우 많은 편인데,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호수 이름과 같은 티티카카 버스이다.
사실 그래서 코파카바나에서 머무는 동안, 여기서 묵고 가는 사람보다는 주로 내려서 식사 혹은 잠시간의 시간을 보내고 바로 라파즈로 이동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특히 푸노에서 육로로 국경을 넘어 볼리비아의 라파즈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1. 융구요 쪽을 지나 코파카바나로 지나는 루트(푸노 - 융구요 - 코파카바나 - 티키나 - 라파즈)
코파카바나에서 라파즈로 가기 위해선 '티키나'라는 작은 마을에서 배를 갈아타고 건너가야만 한다.
(차에서 내려서 조그만 나룻배를 타고 건너간다. - 차는 따로 배를 타고 건너옴)
2. 데사구아데로 쪽을 지나는 루트(푸노 - 데사구아데로 - 라파즈) - 모두 육로
보통은 융구요 쪽을 통해 코파카바나를 지나 라파즈로 넘어가는 루트를 많이 지난다. - 이 쪽이 시간도 적게 걸리고 여러모로 편한 편이다.
- 보통 남미 여행을 처음으로 시작하는 국가가 페루라면, 이 곳에서 국경을 건너는 경우가 많을 텐데, 처음으로 겪게 되는 육로 국경이동이다.
(버스에서 내려서 페루 출국 심사를 받고, 걸어서 볼리비아 국경 입국사무소 까지 가서 입국 심사를 마친 후 다시 버스에 탑승하면 된다. - 버스가 기다려주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 페루의 경우 출국이 매우 쉬운 편이었으나,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2020년 1월 경)된 후로 출국 시 시간이 매우 많이 걸림 주의!
처음 코파카바나에 도착해서 숙소를 가야하는데, 이 곳도 푸노와 마찬가지로 생각보다 매우 높은 고산지대이다.(약 3800m 정도)
그래서 캐리어를 끌고, 숙소를 찾아 가는데, 숙소 가는 길이 너무 오르막 길이라서 힘들기도 하고, 옆의 골목길 바닥은 캐리어를 끌고 올라가기에 힘든 길이었다.
그래서 택시를 탈까 잠시간의 고민을 했지만 사실 코파카바나 자체는 너무나도 작고 도시라고도 할 수 없는, 마을 같은 곳이기 때문에 결국 바퀴가 고장 난 캐리어를 끌고 오르막길을 올랐다.
(이때부터 캐리어를 가져온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날 반겨주는 건 텅 빈 리셉션이었다. 그래서 고장 난 캐리어와 함께 힘들게 올라와서는 다른 숙소를 찾아야 하나 한참 동안 고민을 했다.
거의 한 시간 가량을 기다린 후에야, 숙소의 투숙객 중 한 명이 내려왔고, 잠시 후에 밖에서 숙소 직원이 들어왔다.
힘들게 짐을 풀고 난 후, 숙소에 빈 방이 많았기 때문에, 숙소 직원에게 방 배정을 전망이 좋은 곳으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덕분에 아침마다 티티카카 호수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사실 이 숙소를 예약한 것도 후회를 많이 했었는데, 숙소에서 아침에 일어나서 보이는 전경, 그리고 밤에 별을 보면서 그 후회를 삼켰다.
그리고 이 숙소는 코파카바나에서 유명한 숙소인 Las Olas와 La Cupula 두 곳의 앞에 있는 곳이다.
-(이 두 곳은 내가 묵었던 숙소에서 조금 더 위로 올라가야 한다.)
사실 코파카바나는 이미 말했다시피 작은 마을이고, 할 것이 그리 많은 곳이 아니다.
그런데도 여행객들이 끊이지 않고, 항상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그 이유가 뭘까?
코파카바나에서 할 수 있는 것
1. 태양의 섬, 달의 섬
2. 전망대
3. 티티카카 호수에서 바나나 보트 타기
그 외에 티티카카 호수를 바라보며 커피 마시기
티티카카 호수를 바라보며 식사하기
티티카카 호수 옆을 산책하기
티티카카 호수를 바라보며 멍 때리기
Pit stop 빵집
그리고 내가 코파카바나를 방문했던 시점이 태양의 섬에서 우리나라 사람이 피살당하기도 했고, 그 범인이 태양의 섬의 부족장이었기 때문에 보복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여행 자제에서 철수 권고 지역으로 상향 분류되기도 했었다.
-사실 나는 이미 태양의 섬은 가지 않으려고 했었다.(여행자들의 후기 중 대부분이 상업적인 모습이 많다고 했기 때문에, 우로스 섬처럼 기대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위에 적은 것과 같이 태양의 섬이나 달의 섬을 방문하지 않는다면, 전망대에 다녀오는 것 외에 그다지 할 것이 없는 곳이다.
그럼에도 나는 코파카바나에서 2박 3일간 머무르면서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보이는 것처럼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티티카카 호수와 접해있는 곳이기도 하고, 고산 증세 때문에 전망대를 가려고 해도, 열 걸음을 걷고 한 번을 쉬면서 올라가야 하는 그런 곳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와도 같이 넓어 보이는 티티카카 호수를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 자체로도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볼리비아의 해군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칠레와의 전쟁에서 영토를 빼앗겨 더 이상 바다와 맞닿는 곳이 없는 볼리비아는 사실상 내륙국으로 해군이 필요 없는 나라임에도 아직까지 해군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코파카바나는 송어 구이로도 유명하다! 특히 천막집들, 포장마차처럼 생긴 천막집에서 파는 송어구이가 유명한데, 한국인이라고 말하면 음료수를 서비스로 주는 것으로도 유명하기도 하다.
송어 구이는 디아블로 트루차가 제일 맛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물론 이 송어구이에도 소금을 넣지 말아 달라고 꼭 말해야 한다.
트루차는 맛있긴 하지만, 25볼이라면 식당에서 Menu del dia를 먹을 수도 있기 때문에, 굳이 여러번 먹을 필요는 없다.
이 곳이 아니라면 온갖 가이드 북과 구글맵에도 나오는 La Orilla라는 곳이 제일 괜찮은 것 같다. 물론 가격은 천막집에 비해서 두 배 가까이하는 곳이지만 그래도 따뜻하게 먹을 수 있고, 조금 더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루프 탑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면서 즐기는 티티카카 호수의 전경이었다.
사실 커피 맛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햇살이 반짝거리는 티티카카 호수의 전경을 보고 있노라면, 모든 잡생각이 사라지고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었다.
그 모습에 반해서 생각지 않게 일정을 연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밤에 숙소에서 올려다본 밤하늘의 모습도 잊지 못할 것 같다. 남미 여행을 하며 제일 인상 깊었던 밤하늘은 우유니에서의 밤하늘이었지만, 코파카바나의 밤하늘도 우유니의 그것에 못지않았다.
그리고 사실 많은 사람들이 가지 않는 다른 전망대 한 곳이 있었다. La Horca del Inca라는 이름을 가진 전망대였고, 이 곳은 기존의 전망대인 Calvario 깔바리오 전망대의 맞은편 언덕에 있다.
그리고 입장료가 있어서 앞에서 돈을 내고 들어와야 하는데,
입구에서 일하시는 분이 말하기를 "La Horca del Inca"라는 이름은 나쁘게 부르는 이름(잉카인들의 처형대)이라면서, "Observatorio de Astronomico"라는 이름으로 불러주길 원했다.
이 말을 들으면서 남미와 우리나라도 역사 속에서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반대편의 Calvario 전망대와 다른 풍경을 볼 수 있고, 이쪽이 올라가기는 훨씬 수월한 편이었기 때문에, 입장료가 있다고 해도 만족스러웠다.
만약 코파카바나에 묵으면서 시간이 남는다면 다녀와도 괜찮을 것으로 보인다. 햇빛이 무척 강하고, 시간은 조금 걸리는 편이기 때문에 물은 꼭 챙기는 것이 좋다.
전망대에 올라서 만난 아르헨티나 친구는 나에게 엘 칼라파테와 후후이를 다녀오라고 추천해주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파타고니아 지역을 여행할 생각도 없었고, 그저 가까우니까 우유니 까지만 다녀와야겠다는 마음이 더 크긴 했었다.
어쨌든, 이렇게 전망대를 다녀와서는 다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코파카바나에서는 이런 여유를 즐기는 것이 너무 좋았다.
다녀와서 루프탑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오후에 노을 지는 것을 보는 것도 좋았고,
이후 볼리비아 영사관에서 만난 다른 여행자들과 다시 만나서 저녁을 먹으면서 우유니에서의 만남을 기약했다.
정말 한 건 별로 없지만, 너무나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서 아직까지도 코파카바나는 춥지만 따뜻한 곳으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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