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8. 16:33ㆍ여행/남미
토레스 델 파이네 당일 치기 다녀오기!
다들 트레킹을 가는 코스라고 하고, 힘든 건 하고 싶지 않아서 안 갈려고 했는데, 막 찾아보니까, 당일치기로도 다녀올 수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결국 당일치기로 보러 다녀오기로 했다. - 이건 푸콘에서 계획한 계획 같지 않은 계획.
어쨌든 나는 어제 입장권 받은 것도 있고 하니까, 버스비만 내면 다녀올 수 있기 때문에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아무리 고생을 하고 싶지 않아도 여기까지 왔는데, 이거는 봐야지...? 하는 그런 여행자의 심리가 발동해버렸다.
그래서 여기저기 막 찾아보기도 하고, 후기도 봤는데, 생각보다 빡세기 때문에 당일치기는 별로 추천들을 안 하는 것 같았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다녀올만했다.
특히나 토레스 델 파이네에서 나탈레스로 복귀하는 차량이 겨울에는 더 일찍 끊기기 때문에, 다녀오려면 조금 더 빠르게 다녀와야 하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았던 거 같다.
처음 터미널에서 차량을 탄 게 아마 6시 30분쯤 출발이었던 거 같은데,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난다.
그래서 처음으로 센트럴 쪽에 내려서 산행을 시작한 게 7시 30분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처음 버스를 탈 때만 해도 많은 사람이 타지만 입구를 지나서 중간에 푸데토 쪽으로 가서 트레킹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처럼 센트럴 산장까지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왜 우리냐면, 버스 안에서 한국 분을 만나서 같이 동행하기로 했다!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인데, 그중에서도 한국인을 만나니 뭔가 더 반가운 느낌이랄까...?
어쨌든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입구에 들러서, 여기서는 무조건 화장실을 다녀와줘야지... 하지만 센트럴 쪽에도 화장실이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어쨌든 나는 티켓이 있으니 따로 구매하지 않고 그냥 재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차를 타고 센트럴 쪽에서 내리면, 뭔가 이게 맞는 건가 싶은 곳에 내려준다.
진짜 이게 맞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지만 그게 맞는 거니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이렇게, 차량에서 내리면 그 앞에 화장실이랑, 카페가 있고 거기를 지나서 가면 요런 매우 고급져 보이는 숙소가 보인다.
이런 곳을 옆에 두고 쭈욱 올라가야 한다.
근데 정말 다행인 게, 버스 안에서 한국분을 만난 것 같다. 만약 일행이 없이 혼자 올랐다면 정말 지루한 산행이 되었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마침 이분도 당일치기로 온 것이라고 해서 같이 올라갔다 오기로 했다.
이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었는데, 세계여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남미 여행을 하면서 특히나 세계 여행자들을 많이 보게 되는 거 같았다.
그리고 하는 말이 이제는 어디를 가도 그렇게 큰 감흥이 없다는 말을 했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사실 나도 어느 정도는 공감이 되었다. 특히나 비슷한 지역을 오래 여행하게 된다면, 계속해서 같은 풍경을 보기 때문에 큰 감흥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여행의 설렘이라는 것은 보통의 일상에서 벗어난 일탈이기 때문에 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여행이 일상이 된다면 그런 부분에서 우리가 기대하던 여행과는 다른 느낌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행을 끝나고 얻는 것은 무언가 있지 않을 까?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하지만 우리 둘 모두 동의한 것은 요즘 모든 매체에서 여행을 너무 미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사실이었다.
사실 나도 여행을 좋아한다.
여행을 다니며 공항을 꽤나 많이 다녔었고, 지금 일을 하면서도 아직까지도 공항을 갈 때마다 항상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간다.
그렇지만 내가 여행을 다니면서 느낀 것은 여행으로 인해서 내 삶이 드라마틱하게 변하거나, 아예 다른 사람처럼 변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일단 떠나라!라고 하는 광고나 욜로라는 말로 인해서 다들 여행을 다니는 것이 옳은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잘못되었다 라는 인식이 어느 정도 바탕에 깔리게 된다는 것도 싫다.
내가 여행업계에 종사하고 있지만, 여행을 다녀온 다는 것은 그냥 여행에서의 낯섦, 설렘 그리고 더 많은 경험 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리해서 여행을 다녀온다고 내 삶은 여행 전, 후가 드라마틱하게 달라지지 않는다.
(물론 나는 여행업계로 전향하게 되었기 때문에, 조금 변한 거 같기는 하다)
이렇게 산을 오르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었다. 그분도 그동안 한국인을 많이 만나지 못해서 그런지 많이 심심했었다곤 한다.
나의 경우는 우유니에서 매일 한국인들을 만나고, 아타카마, 산티아고에서도 한국인들을 많이 만나고 같이 다니다가 갑자기 파타고니아 지역을 내려와서 혼자 다니게 되었지만, 그래도 오래간만에 한국인을 그것도 이렇게 같이 삼봉을 보러 가는 길에 만나게 되니 매우 반가웠었다.
그리고 나탈레스를 오르는 길을 혼자 하지 않아서 생각보다 재미있게 오를 수 있었다.
물론 가는 길이 매우 아름다워서 그리 지루하진 않을 텐데, 생각보다 꽤나 걸어야 하는 편이기 때문에 혼자 가면 조금 심심할 수 있을 것이다.
중간에 산장에서 멈춰서 간단하게 간식거리를 먹고 올랐고, 쭈욱 올라가게 된다.
토레스 델 파이네와 피츠로이를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피츠로이보다는 토레스 델 파이네가 더 어려운 코스라고 생각된다.
피츠로이의 경우, 맨 처음 구간과 마지막에 마의 구간이라 불리는 1km 구간을 제외하고는 평탄한 편이다.
하지만 토레스 델 파이네의 경우는 계속해서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고, 마지막에 눈길이 있는데, 이 부분이 더 까다롭다고 생각된다.
만약 장비를 다 차고 트레킹을 하게 되면 좋겠지만, 내 경우는 그냥 운동화를 신고도 다녀왔다. 물론 조심할 필요는 있지만, 이 트레킹을 위해서 굳이 평소에 등산화를 신지 않는 사람이 챙겨서 올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힘들게 마지막 눈길이 있는 코스를 지나가게 되면 이렇게 사람들이 막 줄을 서있고, 그 앞에 삼봉이 우리를 반겨줄 것이다.
우리가 갔던 시즌에는 삼봉 앞의 호수가 얼어있던 시기라서, 에메랄드 빛의 호수를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저 멀리 솟아있는 봉우리 셋이 소위 삼봉이라 불리는 라스 토레스이다.
우리가 갔던 시기에는 저 앞의 호수가 얼어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웬만하면 가는 시기는 여름(우리나라의 겨울) 시즌에 가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바위 앞에서는 줄이 이렇게 길고, 사진을 한번 찍기 위해서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세계 어디를 가도 사진 포인트는 항상 같은 모양이다.
여기서 내가 사진을 찍는 것을 본 칠레 인이 말을 걸어온다. 본인 사진을 내가 찍은 것과 똑같이 찍고 싶은 거 같다.
그래서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더니, 본인의 이메일을 적어줄 테니 내 카메라로 찍어달라는 게 아닌가?
그래서 알겠다고 하긴 했는데, 이 친구들은 대체 뭘 믿고 이렇게 부탁을 하는 건지...
물론 내가 귀찮아서 그러는 건 아니긴 한데... (사실 맞음)
어쨌든 그렇게 사진을 찍고 여기서도 간단한 간식거리를 나눠먹고 내려오기로 했다.
뭔가 되게 짧게 있었던 거 같은데, 그래도 시간을 확인해보니 한 시간 이상을 있었다.
내려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삼봉을 봐주고, 내려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진도 한 번 더 찍고 내려가자.
사실 언제나 산을 타면서 느끼는데, 산은 오를 때는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지 않는데, 내려갈 때가 제일 걱정이 되는 것 같다.
항상 내려오면서 기분은 좋은데, 내려올 때가 더 무서운 거 같다.
그래서 올라가면서도 무서웠던 눈길은 내려갈 때 더 무서웠다.
그래도 이렇게 오랫동안 걸으면서 진짜 혼자 왔으면 심심했겠다면서 같이 이야기하면서, 내려오다가 깨끗해 보이는 흐르는 물이 있었다.
그래서 물을 떠서 마시고, 원래 우리가 싸온 물과 맛을 비교해보았다.
근데 그렇게까지 큰 차이를 못 느끼겠다.
그리고 원래 파타고니아 오르면서 챙겨가면 좋은 게 이런 물에 타 먹는 분말가루를 챙겨가라는 말을 많이 봤는데, 기대를 하고 먹어서 그런지 그냥 안 타고 물만 마시는 게 더 내 입맛에는 맞는 거 같다.
그렇게 막 내려오다 보니까, 어느새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모두 제치고 우리가 앞으로 가고 있었다.
이상하게 내려올 때는 더 빨리 내려오게 되는 거 같다.
그래서 생각보다도 훨씬 더 빨리 내려왔고, 우리는 마지막에, 우리가 출발했던 캠핑 시작 지점에서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한참 동안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우리가 정상에서 만났던 친구들을 볼 수 있었고, 그 친구들은 우리가 언제 내려왔는지를 들으면서 놀랐다.
원래 내가 보기로는 토레스 델 파이네 당일치기를 하면 시간이 엄청 빡빡하다고 들었는데, 생각만큼 오래 걸리지는 않는 거 같았다.
그래서 우리가 내려오면서 그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 친구가 하는 말이 피츠로이 마지막 1km 구간이 진짜 미끄러우니 조심하라고 했었다.
그 말을 들으면서 피츠로이를 올라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게 되었다.
내가 이번 남미 여행의 목표로 삼은 건 편하게, 쉽게 여행하는 것이었는데, 어째 여행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고생이 되어가는 것은 기분 탓인지 모르겠다.
'여행 > 남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준비 안 된 중남미 여행, 세상에서 가장 가까이 빙하를 볼 수 있는 곳, 엘 칼라파테 (0) | 2020.06.12 |
---|---|
준비 안 된 중남미 여행, 토레스 델 파이네를 향해 가는 길, 푸에르토 나탈레스 - 토레스 델 파이네 풀 데이 투어 (0) | 2020.05.22 |
준비 안 된 중남미 여행, 용암을 품고 있는 비야리카 화산이 있는 곳 푸콘 (0) | 2020.05.01 |
준비 안 된 중남미여행, 역사를 지닌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0) | 2020.04.17 |
준비 안 된 중남미 여행, 티티카카 호수를 품은 코파카바나 (0) | 2019.12.01 |